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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맛집은 줄 서서 먹으면 더 맛있을까요? 저는 솔직히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기북부에서 출발해 강릉을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 깨달은 건,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는 단순한 진실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담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강릉 여행하면서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오픈런까지 해서 들어간 순두부집, 솔직한 후기
강릉 하면 빠지지 않는 게 순두부입니다. 여기서 순두부란 단순히 두부 요리가 아니라, 강릉 지역 특유의 제조 방식으로 만든 연두부를 말합니다. 콩물을 바닷물, 즉 간수 대신 천연 해양 심층수로 응고시키는 방식이 강릉 순두부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고, 그 부드러운 질감이 여타 지역 두부와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저도 그 말을 믿고 오전 5시가 되자마자 문 앞에 서봤습니다. 오픈런(open run)이란 매장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서 입장하는 행동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식당 문도 열리기 전에 번호표를 뽑는 일입니다. 30번대 대기를 받았을 때만 해도 '이 정도면 일찍 온 거지'라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순두부 자체는 분명 부드럽고 깔끔했습니다. 짬뽕 순두부 특유의 국물도 나쁘지 않았고요.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30분 이상 서 있다 들어간 것치고, 그 감동이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저희 첫째가 한 술 먹어보더니 "그냥 보통이야"라고 했을 때 저도 솔직히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오히려 비지찌개가 더 인상에 남았습니다.
- 강릉 순두부의 차별점: 해양 심층수 간수 활용, 일반 두부 대비 응고 방식 차이
- 오픈런 현실: 5시 오픈 기준 대기 30번대, 실입장까지 30~40분 소요
- 아이와 함께라면: 긴 대기보다 비교적 대기가 짧은 인근 식당 선택이 현실적
중앙시장 닭강정, 베니 골목의 현실
강릉 중앙시장에 처음 간 사람이라면 만석닭강정을 찾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장 안을 걸어 들어가 보면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이른바 베니(beni) 브랜드가 골목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인데, 베니란 강릉 중앙시장 내 프랜차이즈형 닭강정 브랜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시장 안에 동일 브랜드 매장이 연속으로 들어선 형태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시장 특유의 다양성과 지역 상권의 개성을 기대했는데, 막상 가보면 어느 쪽으로 눈을 돌려도 비슷한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강릉시 관광 통계에 따르면 중앙시장은 연간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주요 관광지인데(출처: 강릉시 공식 홈페이지), 그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힘이 결국 닭강정 하나에 쏠려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닭강정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갓 튀긴 건 아니었지만 달달하면서 약간 매콤한 소스가 잘 배어 있었고, 바삭한 식감도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처음엔 잘 먹다가 금세 손을 놓더라고요. 어른 입맛에도 "이게 최고다"라기보다는 "괜찮다" 수준이었습니다. 오히려 오징어순대나 감자옹심이처럼 강릉 고유의 향토 음식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자옹심이란 강원도 방언으로 옹심이, 즉 감자를 갈아 반죽한 경단을 뜨거운 국물에 넣어 끓인 음식을 말합니다. 투명하게 익으면서 씹히는 감자 알갱이 식감이 독특합니다.
관광지화된 강릉, 그럼에도 바다는 여전했습니다
저는 경기북부에 살다 보니 강원도나 강릉 쪽으로 여행을 자주 갑니다. 처음엔 갈 때마다 새로웠는데,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여행 루트가 점점 고정되는 걸 느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나온 맛집, 그 맛집 앞에 똑같이 줄 선 사람들, 다 먹고 나서 "생각보다 그냥 그렇네"라는 소감. 어느 순간 이게 강릉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관광지화(Overtourism)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오버투어리즘이란 특정 지역에 관광객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지역 고유의 문화와 상권 다양성이 무너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강릉은 최근 수년간 국내 인기 여행지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지역 정체성 보존 과제를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그 결과가 지금처럼 비슷비슷한 프랜차이즈 닭강정 가게가 시장 골목을 채우는 풍경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강릉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는 결국 바다입니다. 저는 겨울 바다도, 여름 바다도 여러 번 봤는데 강릉 바다는 계절마다 확실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여름엔 물이 얕고 맑아서 아이들이 모래사장에서 종일 놀 수 있고, 겨울엔 파도 소리와 황량한 풍경 자체가 색다른 운치가 있습니다. 다만 수심 변화가 갑작스럽게 깊어지는 구간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라면 해수욕 구역 안에서만 노는 것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저도 직접 겪어보니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수심이 확 깊어지는 지점이 있어서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 강릉 바다 여름: 투명한 수질, 넓은 모래사장, 아이 모래놀이 최적
- 강릉 바다 겨울: 파도 소리와 쓸쓸한 분위기, 사진 명소로 가치 있음
- 안전 주의: 해수욕 구역 내에서도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 지점 존재, 아이 동반 시 필수 확인
강릉은 저에게 이제 "가야 할 곳"이라기보다 "또 가게 되는 곳"이 됐습니다. 맛집 줄 서기는 이제 거의 포기했습니다. 가다가 괜찮아 보이는 곳에 들어가거나, 아예 시장 골목을 천천히 걷다가 끌리는 데서 먹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강릉이 조금 더 지역 고유의 색을 살린 관광지로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강릉 여행을 준비하신다면, 맛집 리스트보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해변을 볼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걸 권해드립니다. 거기서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