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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 힘들기만 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신발 디자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등산화 개발을 위해 산을 자주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등산의 매력에 빠졌는데, 그 시작이 바로 관악산이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 정도 산이 있다는 게 아직도 놀랍습니다. 회사 근처에 관악산이 있어 주말마다 몇 번씩 올라봤는데, 북한산도, 한라산도 가봤지만 관악산은 확실히 결이 다릅니다.
관악산 난이도, 이름부터 힌트가 있었다
관악산의 '악(岳)'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나요? 악(岳)은 험하고 높은 산을 의미하는 한자어로, 국내에서 험준함으로 정평이 난 산들에 주로 붙는 글자입니다. 북한산, 설악산처럼 이름 자체가 경고문인 셈입니다. 제가 처음 회사 행사로 관악산에 올랐을 때 이름 뒤에 붙은 이 한 글자의 무게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해발 632m라는 수치만 보면 "이 정도야 금방이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올라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산의 고도(해발 고도, Elevation)란 단순히 높이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출발점 대비 얼마나 가파르게 올라가느냐, 즉 경사도(Gradient)가 핵심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600m라도 완만한 경사면 걷는 산이고, 관악산처럼 바위와 급경사가 반복되면 오르는 산이 됩니다. 관악산의 평균 경사도는 서울 주요 산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합니다.
솔직히 초반 30분이 가장 무섭습니다. 오버페이스(Overpace), 그러니까 자신의 체력 이상으로 초반부터 속도를 내는 실수를 저도 처음엔 했습니다. 초입이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아 보여서 빠르게 걸었다가 10분 만에 숨이 턱에 차더라고요. 출처: 산림청에 따르면 등산 중 사고의 상당수가 하산 중 발생하지만, 과호흡이나 탈진은 오히려 무리한 초반 오르막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오르시는 분이라면 초반을 특히 천천히 가져가시길 권장합니다.
- 해발 632m / 서울 주요 산 중 경사도 상위권
- '악(岳)' 자가 붙은 산답게 바위 구간과 급경사가 반복됨
- 초반 오버페이스가 가장 흔한 실수 — 출발 30분은 의도적으로 천천히
- 하산 시 무릎에 집중적인 충격이 가해지므로 폴(트레킹 스틱) 사용 권장
코스 선택, 어떤 길로 올라야 하나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戀主臺)로 향하는 코스는 크게 관악산 공원 방면(과천·서울대입구)과 안양 방면으로 나뉩니다. 제가 회사 행사로도, 개인적으로도 가장 많이 이용한 루트는 서울대입구역에서 시작하는 코스입니다. 등산 경험이 없는 동료들과 함께 갈 때도, 혼자 조용히 오를 때도 이 코스가 가장 무난했습니다.
코스별 트레일(Trail), 그러니까 등산로의 지형 특성이 확연히 다릅니다. 서울대 방면은 초반 계단이 많고 중반부터 바위 지형이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반면 과천 방면은 숲길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경관이 풍성한 편입니다. 제가 직접 두 루트를 비교해 봤는데, 처음 오르는 분이라면 과천 방면이 심리적으로 덜 부담스럽고, 익숙해지면 서울대 방면이 시간 효율이 좋습니다.
정상 직전에는 두 갈래 길이 나옵니다. 짧지만 거의 암벽 등반(Rock Climbing) 수준의 코스와, 돌아가지만 계단으로 정비된 안전 코스입니다. 여기서 암벽 등반이란 바위 경사면을 손발을 모두 써서 올라야 하는 구간을 말합니다. 저도 처음엔 짧은 길로 올라가려다 뒤에 줄이 서 있는 상황에서 멈칫하다 결국 안전 코스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부끄럽긴 했지만 정상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게 목적이니까 후회는 없습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자료 기준으로 관악산은 서울 시내에서 접근 가능한 산 중 등산객 방문 빈도가 높은 명산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주말에 오르면 줄을 서서 올라야 하는 구간이 생길 정도입니다. "기운이 좋은 산"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저는 그런 유행 여부와 관계없이 관악산의 경관 자체가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울, 그게 다 보상이다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의 기분은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신발 디자이너로서 실외 테스트를 목적으로 오르는 산이 대부분인데, 관악산 연주대에서 내려다보는 서울 전경은 그 어떤 업무적 목적도 잠깐 잊게 만들더라고요. 시계(視界), 즉 시야가 트이는 정도가 다른 산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시원합니다.
정상에는 탱크보이라 불리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등산 후 고갈된 혈당(Blood Glucose)을 빠르게 보충하는 데 당류 식품이 효과적이라는 건 운동 생리학적으로도 설명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쉽게 말해 땀을 많이 흘리고 나서 단것 하나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올라갔다 내려오기 바빴는데, 한번 정상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뒤로 그게 관악산 등산의 일종의 루틴이 됐습니다.
하산(下山) 자체도 만만히 봐서는 안 됩니다. 내려올 때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은 올라갈 때보다 크게는 3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저는 직업상 신발의 아웃솔(Outsole), 그러니까 신발 바닥의 밑창이 하산 시 지면 충격 흡수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걸 잘 압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하이컷(High-cut) 등산화가 하산 시 발목을 잡아줘 안정감을 주지만, 신발이 몸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습니다. 등산 전 본인 발 형태에 맞는 신발을 신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혼자 오를 때와 여럿이 오를 때 체감이 많이 다릅니다. 대화를 하며 오르면 처음엔 덜 힘든 것 같다가 중반부터 말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혼자 이어폰 꽂고 올라가는 게 제일 기억에 남고 가장 많이 생각도 정리됩니다. 수많은 고민을 들고 올라갔다가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그 고민이 좀 작아지는 느낌, 이게 관악산이 명산인 이유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 연주대(정상) 전망: 서울 전체 시계가 확보되는 개방형 조망
- 정상 탱크보이 아이스크림: 등산 후 혈당 회복에 효과적이고, 실제로 꿀맛
- 하산 시 무릎 충격이 상행보다 크므로 페이스 유지 필수
- 아웃솔 쿠셔닝이 좋은 등산화 착용이 하산 피로도를 크게 줄여줌
관악산은 처음 오르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부담스러운 산입니다. 그런데 그 부담을 넘고 나면 왜 사람들이 다시 찾는지 이해가 됩니다. 저도 회사 행사가 아니었다면 혼자 찾아갈 엄두를 못 냈을 텐데, 지금은 이번 주말에 또 올라볼까 생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등산의 매력은 정상에서 다 설명됩니다. 땀 흘리고 올라선 그 자리에서 서울 전체를 내려다보는 순간, 뭔가 이루어낸 기분이 드는 건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처음 도전하신다면 등산화와 충분한 물만 챙기고 일단 출발하세요. 초반 30분을 천천히 버티고, 정상에서 탱크보이 하나 사 드시고, 내려올 때 무릎 조심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훨씬 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