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예전에 태국을 길게 여행했을 때만 해도 방콕은 "항공권만 끊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된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꽤 달라졌다고 합니다. 방콕 물가가 얼마나 올랐길래 항공권이 12만 원대인데도 한국인들이 발길을 끊고 있는 걸까요? 직접 겪어본 방콕의 현재와 각 도시별 매력을 함께 짚어봅니다.
방콕 물가 변화, 실제로 체감되는 걸까요?
제가 처음 태국을 여행했을 때는 친구들과 함께 꽤 길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방콕은 정말 '가성비 여행지'의 교과서 같은 곳이었어요. 길거리 쌀국수 한 그릇에 몇 백 원, 툭툭이나 BTS 스카이트레인으로 웬만한 곳은 부담 없이 이동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BTS 스카이트레인이란 방콕 시내를 가로지르는 고가 경전철 노선으로, 교통 체증이 심한 방콕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주변에서 "방콕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태국 국가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방콕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팬데믹 이후 꾸준히 상승 흐름을 이어왔습니다. 여기서 소비자물가지수(CPI)란 일상에서 자주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평균 변동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로, 쉽게 말해 "체감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출처: 태국 국가통계청(NSO)).
제 미국 거주 태국인 친구도 얼마 전 방콕을 다녀왔는데, 중국에서 두 달 쓸 예산으로 방콕에서는 보름밖에 못 버틴다고 하더라고요. 음식값보다 숙박비와 교통비가 훨씬 많이 올랐다는 게 그 친구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도 이번에 편집 작업을 위해 호텔을 옮겼더니 7만 원 선에서는 시내 중심가에서 꽤 벗어난 곳만 잡혔습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는데요.
그렇다고 방콕이 완전히 비싼 도시가 된 건 아닙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20~30% 정도는 저렴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 차이가 예전처럼 압도적이지 않다 보니, 굳이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할 이유가 약해진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아이콘시암(ICON SIAM) 같은 대형 쇼핑몰 내 레스토랑이나 카페 물가는 서울 강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제가 직접 느꼈습니다. 아이콘시암이란 짜오프라야 강변에 위치한 방콕의 초대형 복합 쇼핑몰로, 그 안에 전통 수상시장 콘셉트의 쑥시암(Sook Siam) 푸드코트가 입점해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입니다.
- 숙박비: 방콕 시내 중심부 기준 7만 원 이하 숙소는 외곽으로 밀려나는 추세
- 교통비: BTS 스카이트레인, 그랩(Grab) 택시 요금 모두 팬데믹 이전 대비 상승
- 음식값: 길거리 로컬 음식은 여전히 저렴하지만, 관광지 인근 식당은 한국 수준에 근접
- 커피값: 로스터리 카페 기준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
짜뚜짝 시장부터 치앙마이까지, 태국의 도시별 매력은 여전합니다
방콕 물가 이야기만 듣다 보면 태국 여행 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태국은 도시마다 성격이 너무 달라서, 어디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행 예산도 만족도도 완전히 바뀌거든요. 혹시 방콕 한 곳만 생각하고 태국 여행을 포기한 분이 있다면, 조금 더 고려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짜뚜짝 시장(Chatuchak Market)은 제가 방콕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하루 방문객이 20~30만 명에 달한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주말 시장인데, 저도 처음엔 지도를 들고 갔다가 금방 포기했습니다. 워낙 넓어서 지도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거기서 먹은 볶음밥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노점 옆 작은 가게에서 우연히 시킨 음식이 여행 통틀어 가장 맛있던 음식이 되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방콕을 넘어 태국 전체를 놓고 보면 도시 선택지는 훨씬 풍부해집니다. 와트 포(Wat Pho), 왕궁 같은 방콕의 주요 사원들은 사진이 정말 멋지게 나오는 곳이라 한 번쯤 가볼 만하지만, 입장료가 꽤 올랐습니다. 와트 포란 방콕 구시가지에 위치한 사원으로 거대한 와불상으로 유명하며, 태국 전통 마사지의 발상지로도 알려진 유서 깊은 공간입니다. 관광지 입장료 하나에 만 원이 아깝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경험상 이런 곳은 한 번은 봐야 후회가 없더라고요.
푸켓은 완전히 다른 결의 여행지입니다. 제가 직접 가봤을 때 바다가 바로 앞이라 매일 수영하고, 투어를 통해 스노클링(snorkeling)까지 즐겼습니다. 스노클링이란 수면 가까이에서 마스크와 호흡 튜브만으로 바닷속을 관찰하는 수중 레저 활동으로, 별도의 자격증 없이도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에 특히 어울립니다. 다만 우기에는 파도가 상당히 거세져서 그 아름답다는 바다를 제대로 못 보고 '화난 바다'만 보고 온 적도 있었는데, 그건 정말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태국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푸켓의 우기는 5월에서 10월 사이로, 여행 시기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출처: 태국 기상청(TMD)).
치앙마이는 솔직히 처음엔 기대를 별로 안 했습니다. 근데 실제로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요. 방콕의 번잡함 대신 자연적인 분위기가 훨씬 강하고, 현지인들의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느낌이랄까요. 치앙마이 구시가지를 감싼 해자와 성벽, 주변의 산간 트레킹 코스까지 더하면 태국 여행의 또 다른 층위를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랑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치앙마이는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방콕이 예전만큼 압도적인 가성비 여행지가 아닌 건 사실입니다. 베트남이나 라오스 같은 대안이 있는 것도 맞고요. 그런데 저는 태국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습니다. 도시마다 이렇게 다른 얼굴을 가진 나라가 흔치 않거든요. 다음에는 아이와 함께 치앙마이나 푸켓을 고려하고 있는데, 우기만 피하면 가족 여행지로도 충분히 좋을 것 같습니다. 방콕 물가가 올랐다는 이야기에 태국 여행을 통째로 포기하기 전에, 어느 도시로 갈지부터 먼저 고민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