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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북한산이 그냥 동네 뒷산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짧아 보이는 코스를 골랐으니 금방 오르겠거니 했는데, 백운대 코스는 제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난코스였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는 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등산객 절반이 외국인이었고, 그제야 "왜 이렇게들 오는 건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30분, 한국 등산의 접근성이 특별한 이유
일반적으로 등산이라고 하면 전날부터 준비하고 이른 새벽에 차를 몰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그 인식이 있었던 탓에 평소엔 둘레길 위주로만 걷고 본격적인 등산은 미뤄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지하철 한 번으로 북한산 초입까지 닿는다는 게 이렇게까지 편할 줄은 몰랐습니다.
등산 접근성(Hiking Accessibility)이란 등산 출발지점까지 이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 비용, 교통수단의 편의 정도를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얼마나 쉽게 산 입구까지 갈 수 있느냐'를 따지는 기준입니다. 유럽의 경우 몽블랑이나 돌로미테 같은 명산들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도심에서 이동하려면 차량이나 장거리 버스가 필수입니다. 아프리카 트레킹도 마찬가지로 현지 이동 수단과 시간이 상당히 소요됩니다. 반면 서울은 지하철로 30~40분이면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본격적인 산에 닿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가봤는데, 실제로 북한산 입구 근처에는 외국인 등산객을 위해 등산복과 장비를 대여해 주는 곳도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출발할 때 등산 장비를 챙겨 오는 관광객은 많지 않을 텐데, 현지에서 등산화부터 스틱까지 빌릴 수 있다는 점은 K등산 인프라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출처: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북한산국립공원은 단위면적당 탐방객 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국립공원 중 하나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한국의 등산 인프라가 특별한 이유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지하철 직결 접근: 서울 도심에서 30~40분 이내에 북한산, 도봉산 등 본격 산행 가능
- 등산 장비 현지 대여: 외국인 방문객도 빈손으로 와서 풀 장비를 갖출 수 있는 대여 서비스 운영
- 탐방로 안전 시설: 암벽 구간에도 난간과 계단 등 편의 시설이 정비되어 있어 초보자도 도전 가능
- 영문 안내 지도 제공: 외국인 등산객을 위한 영어 등산 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안내소 운영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산이려니 했는데, 등산로 곳곳에 정비된 시설과 이정표를 보고 나서야 이 접근성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외국인들이 백운대에 열광하는 이유, 직접 올라보고 알았습니다
북한산이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절반이 외국인이라는 건 제 경험상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수치였습니다. 중국인, 일본인 같은 아시아계뿐 아니라 서양권 여행자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치는 관광이 아니라, 완전히 장비를 갖추고 진지하게 오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북한산의 핵심 지형은 화강암(Granite) 돌산이라는 점입니다. 화강암이란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천천히 식으며 굳은 암석으로, 표면이 단단하고 거칠어 마찰력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 등산화 밑창이 잘 붙는 바위라는 뜻입니다. 백운대(해발 836m) 정상으로 향하는 암릉 구간은 이 화강암이 그대로 노출된 지형이라 손발을 모두 써야 하는 구간이 나옵니다. 저는 그날 처음으로 그 구간을 걸어봤는데, 일반 둘레길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암릉 등반(Ridge Climbing)이란 암벽처럼 수직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위 능선을 따라 손발을 이용해 이동하는 산행 방식입니다. 북한산 백운대 코스는 완전한 암벽 등반은 아니지만, 암릉 구간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코스입니다. 이런 지형은 알프스나 돌로미테에서나 경험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도심에서 지하철 타고 와서 이런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하는 이유로 보입니다.
제가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붉은 석양과 구름 사이로 서울 도심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뒀는데, 다시 봐도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360도 파노라마 뷰(Panorama View)란 사방을 가리는 장애물 없이 모든 방향으로 시야가 확보된 조망을 말하는데, 해발 836m인 백운대 정상에서는 말 그대로 서울 전체가 발아래 들어옵니다. 다른 나라에서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조망을 품은 산을 올라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방문객이 서울에서 선호하는 체험 활동 중 자연·등산 관련 항목의 관심도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 보니 그 이유가 숫자보다 훨씬 실감 나게 다가왔습니다. 정상 인증숏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광경도 인상적이었는데, 그 줄 안에 외국어가 이렇게 많이 들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산을 다녀오기 전까지 저는 "한국 등산이 특별하다"는 말을 그냥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도심에서 지하철 한 번으로 이 수준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김밥 한 줄 챙겨서 정상에서 먹는 그 맛도, 하산 후 막걸리 한 잔을 기다리는 그 기분도, 결국 이 모든 게 한국 등산 문화를 구성하는 일부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아직 백운대를 안 가보셨다면 한 번은 꼭 올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난이도가 만만하지 않으니 충분한 물과 간식을 챙기고, 가능하면 등산화를 신고 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그 풍경은 올라간 사람만 누릴 수 있는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