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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이 끝났다는 말, 저도 솔직히 반쯤은 믿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텅 빈 거리 사진들이 워낙 많이 돌아다녔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 패키지로 3박 4일을 다녀온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가보지 않았다는 게 조금 아쉬워지더라고요. 1인당 약 100만 원에 추가 지출은 단 18달러. 뷔페, 마사지, 워터파크, 투어까지 전부 포함된 여행이라니, 이건 계획을 잘 짜면 충분히 본전을 뽑고도 남는 구조입니다.
사이판이 텅 빈 지금, 오히려 기회인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이판이 코로나 이후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오히려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가격이 크게 내려갔다는 겁니다. 올인클루시브란 숙박비 안에 식사, 액티비티, 부대시설 이용료까지 전부 포함된 여행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리조트 안에서 지갑을 꺼낼 일이 거의 없는 구조죠. 동남아 패키지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사이판은 비행시간이 3~4시간대로 훨씬 짧다는 점이 다릅니다.
사이판 노선은 현재 제주항공과 티웨이 두 항공사가 운항 중인데, 제주항공은 오전 출발이라 현지 도착 후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티웨이는 저녁 출발에 새벽 도착이라 첫날이 사실상 날아가는 셈이니, 시간 효율만 따지면 제주항공 쪽이 낫습니다. 참고로 사이판은 미국령이지만 ESTA(전자여행허가제) 없이 입국이 가능하고, 대신 비자 면제 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서 ESTA란 미국 본토 입국 시 요구되는 전자 여행 허가로,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사이판은 이 절차 없이도 방문이 가능하다는 점이 비용 절감 포인트입니다. 단, 비자 면제 신청 승인에 수 시간에서 하루 이상 걸릴 수 있으니 출발 전 반드시 미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이판이 텅 빈 진짜 이유는 노후화된 시설과 달러 기준의 물가 때문입니다. 항공권 가격은 내려갔어도, 현지에서 개별적으로 식사하고 관광하면 체감 물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올인클루시브가 빛을 발합니다. 리조트 안에서 대부분이 해결되니, 지갑 걱정 없이 진짜 쉴 수 있는 거죠. 사람이 적다는 것도, 관광 목적이 아니라 휴양이 목적인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이 됩니다.
- 비행시간 약 3~4시간으로 동남아와 유사하거나 더 짧음
- ESTA 불필요 — 비자 면제 신청서만 사전 제출하면 입국 가능
- 코로나 이후 올인클루시브 패키지 가격이 내려가 상대적 가성비 상승
- 관광·쇼핑보다 순수 휴양이 목적이라면 인파 없는 지금이 적기
1인 100만 원으로 실제로 뭘 누렸나 — 리조트 비교
켄싱턴 호텔은 사이판 유일의 5성급 리조트로, 체크인하면 1박당 액티비티 바우처 1장씩을 줍니다. 3박이면 3장이고, 각 바우처의 개별 구매가가 6만 원 이상이니 최소 18만 원 상당의 혜택이 체크인 즉시 생기는 셈입니다. 선착순으로 예약이 마감되니 도착하자마자 바로 신청하는 게 핵심입니다. 뷔페 1회 이용 금액이 약 9만 원 수준인데, 아침·점심·저녁 세 끼가 모두 포함이니 식비만으로도 하루에 27만 원가량을 절감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사이판 플렉스'라는 교차 이용 프로그램입니다. 사이판 플렉스란 켄싱턴, PIC(Pacific Islands Club), 코럴 오션 리조트 세 곳의 수영장·워터파크·레스토랑을 무료 셔틀을 타고 자유롭게 교차 이용할 수 있는 올인클루시브 특화 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해 리조트 하나 값으로 세 곳을 쓰는 셈이 됩니다. 유아나 어린아이가 있다면 PIC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대형 슬라이드와 워터파크 시설 규모가 켄싱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거든요. 제 판단으로는, 물놀이만큼은 PIC가 압도적이고 음식과 조용한 분위기는 켄싱턴이 낫습니다.
코럴 오션 리조트는 골프 중심 리조트지만, 레스토랑 수준이 상당합니다. 소불고기 낙지볶음 한상이나 전복 초계 냉면처럼 한식 정식을 제대로 낼 수 있는 곳이라, 뷔페에 살짝 질릴 때쯤 방문하면 딱 맞습니다. 저도 뷔페를 며칠 연속 먹으면 아무리 좋아도 슬슬 물리는 편이라, 이렇게 교차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올인클루시브의 숨겨진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출처: 켄싱턴 사이판 공식 홈페이지에서 현재 바우처 기준과 프로모션을 미리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별빛투어는 만세 절벽으로 이동해 요가 매트에 누워 밤하늘을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이판은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데다 도시화가 덜 되어 광공해(빛공해)가 거의 없습니다. 광공해란 인공조명이 밤하늘을 밝혀 별 관측을 방해하는 현상으로, 도심에서 멀수록 별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개별로 예약하면 1인당 3만 원짜리인데, 이 역시 리조트에서 기본 무료 포함으로 제공합니다. 마사지도 바우처 적용 시 무료, 개별 이용 시 7만 5천 원 수준입니다.
마나가하섬, 실제로 가볼 만한가
마나가하섬은 현지 교민들이 사이판에서 1순위로 꼽는 곳입니다. 제가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반나절 정도 머문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표현이 한결같았습니다. "천국 같은 섬"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겁니다. 선착장에서 배로 약 15분이면 도착하고, 섬 한 바퀴를 도는 데 10분 남짓밖에 안 걸리는 작은 무인도입니다. 그 작은 섬 전체가 투명한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이판 전체가 천연 방파제(Reef) 구조를 갖추고 있어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얕습니다. 여기서 리프란 산호초나 암초가 해안선을 따라 장벽처럼 형성된 지형으로, 외해의 파도를 막아주어 내측 해수가 고요하고 투명하게 유지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스노클링 초보자도, 아이도 안전하게 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족 단위 여행객이 특히 눈에 많이 띄는 곳이 마나가하섬인 것도 이 이유에서입니다.
주의할 점은 입도 시 부두세 3달러와 환경세 10달러를 현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켄싱턴에서 전날 미리 신청하면 점심 도시락을 무료로 포장해 주니, 이걸 활용하지 않으면 섬 내 매점에서 라면 한 그릇에 8달러를 써야 합니다. 이 도시락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추가 비용을 줄여주는 꽤 실용적인 혜택입니다. 출처: 북마리아나제도 공식 관광 정보를 참고하면 마나가하섬 입도 조건과 환경 규정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마나가하섬은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그냥 바다에 몸을 맡기고 싶은 날에 어울리는 곳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곳은 너무 많은 기대를 갖고 가면 오히려 실망하고, 아무 계획 없이 들어가면 생각보다 훨씬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법이더라고요. 사이판 올인클루시브 일정 중 하루를 마나가하섬에 쓰는 건 거의 필수에 가깝다고 봅니다.
- 입도비: 부두세 3달러 + 환경세 10달러 (현금 필수)
- 켄싱턴 도시락 서비스: 전날 신청 시 무료 포장 제공
- 섬 내 매점 라면 8달러 — 도시락 지참 강력 권장
- 천연 리프 구조로 파도 잔잔, 스노클링·가족 물놀이 최적
사이판이 끝났다는 말은 반만 맞습니다. 쇼핑하고 맛집 찾아다니는 여행으로는 확실히 매력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올인클루시브로 리조트 안에서 다 해결하고, 마나가하섬 반나절에 별빛투어 하나 끼워 넣는 식으로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떻게 계획하느냐에 따라 경비가 최소화되기도 하고 불필요하게 늘어나기도 하는 여행지가 바로 사이판입니다. 지금 사람이 없는 이 시기, 조용히 쉬다 오겠다는 목적 하나만 분명하다면 충분히 갈 이유가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