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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서울 시장은 새벽에 열어 점심이면 파장하는 곳입니다. 관광객보다 식당 업주와 현지인들이 먼저 찾는, 그래서 오히려 더 진짜 통영을 볼 수 있는 시장이죠. 저는 어릴 때부터 통영을 수십 번 드나들었습니다. 할머니 댁이 통영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섬이었거든요. 그 길목에서 항상 들르던 충무김밥, 그리고 시장 구경. 어른이 된 지금도 통영에 가면 제일 먼저 발이 향하는 곳은 시장입니다.
통영 서울 시장, 현지인들이 새벽부터 찾는 이유
통영 서울 시장이 특별한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신선도'를 꼽겠습니다. 통영은 남해안 한가운데 위치한 항구도시로, 위판장(어획물을 경매로 거래하는 장소)에서 새벽 경매를 마친 생선들이 곧바로 시장으로 흘러옵니다. 여기서 위판장이란, 어선이 잡아 온 수산물을 수협 등이 중개해 경매로 거래하는 공식 유통 창구를 말합니다. 도천, 견유, 동호 같은 위판장이 새벽 4시부터 6시 사이에 차례로 열리는데, 일반인도 구경할 수 있어서 수산물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그 자체로 꽤 색다른 경험이 됩니다.
그렇게 경매를 거친 물건들이 서울 시장 좌판에 깔리는 게 이른 아침입니다. 제가 직접 둘러봤을 때도 건어물 코너부터 시작해서 제철 생선까지 종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겨울철 통영에서 자주 보이는 꼼치(지역에서는 '물메기'라고도 부릅니다), 합공치포, 쏨뱅이, 불볼락(열기), 문치가자미까지. 특히 쏨뱅이는 현지에서 '쌈맹이'라고 불리는데, 얕은 연안에서 잡히는 것과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붉은 쏨뱅이가 따로 구분될 만큼 어종에 대한 현지인들의 눈이 높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해산물을 유독 좋아했습니다. 섬에서 방학을 보내며 지렁이 파서 낚시하고, 고동 주워 먹고 자랐으니까요. 입이 심심할 때 과자 대신 건어물을 씹어 먹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통영 서울 시장 건어물 코너는 저한테 사실 과자 가게보다 신납니다. 가격이 무조건 저렴하다고는 못 하겠지만, 이 신선도면 그 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은 분명히 들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도 있습니다. 통영 시락국은 붕장어(붕장어) 육수로 끓이는데, 이는 과거 일본 수출 후 남은 붕장어 머리로 허기를 달래던 데서 비롯된 음식입니다. 여기서 붕장어란 붕장어의 일본식 명칭으로, 국내에서도 수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흔히 통용됩니다. 시래깃국 한 그릇에 문치가자미 새꼬시, 즉 뼈째 썬 회인 막서리 회를 곁들이면 통영 아침 식사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뼈가 연하고 구수한 맛이 납니다.
- 쏨뱅이(쌈맹이): 연안산과 심해산 붉은 쏨뱅이로 구분되며, 붉은 쏨뱅이는 크기가 크고 귀하게 취급됨
- 꼼치(물매기): 겨울 통영에서 흔히 보이는 생선으로, 탕이나 건어물로 가공해 먹음
- 문치가자미(도다리): 봄이 되면 알집이 차기 시작하며, 뼈째 썬 막서리 회로 먹는 것이 현지식
- 털탑고등(털라): 쫄깃한 식감이 있지만 복어 독과 같은 강한 독성을 가져 전문가 손질이 필수
- 시락국: 붕장어 육수로 끓인 국으로, 매운 고추·산초가루·전어젓갈과 함께 먹는 통영 향토 음식
참고로 겨울철 생선은 지방을 축적하는 시기라 맛이 절정에 달합니다. 해양수산부 어종별 제철 정보에서도 겨울을 여러 해수어의 최적 섭취 시기로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해양수산부). 같은 이유로 겨울 통영 서울 시장의 생선 퀄리티는 다른 계절보다 한 단계 위라고 봐도 좋습니다.
충무김밥과 볼락 매운탕, 맛은 기억을 따라가지 못한다
충무김밥을 처음 먹어본 게 몇 살 때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냥 통영에 가면 먹는 것, 숨 쉬듯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속 재료 없이 작게 만 김밥에 꼴뚜기무침과 깍두기를 곁들이는 방식인데, 단순한 것 같아도 그 조합이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즘 통영에서 충무김밥을 먹어보면 예전 맛이 아닙니다. 어느 집이나 큰 차이가 없고, 제가 기억하는 그 맛은 이제 추억 속에 묻혀버린 것 같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바뀌고, 재료도 조금씩 달라지다 보면 맛도 자연히 달라지겠지요.
그래도 통영의 식문화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건 볼락 매운탕입니다. 볼락은 불볼락의 방언으로, 경남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서민들이 즐겨 먹던 생선입니다. 통영 스타일 볼락 매운탕은 고춧가루, 마늘, 고추만 넣은 단출한 방식으로, 육수가 맑은 탕에 가깝습니다. 흔히 매운탕이라 하면 걸쭉하고 진한 양념을 떠올리기 쉬운데, 통영 것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인상적이었고, 닭고기처럼 쫄깃한 볼락 살은 제가 먹어본 생선 살 중에 꽤 기억에 남는 축에 들었습니다.
중앙 시장과 화로 시장 쪽은 관광객 비중이 높아 가격대나 분위기가 서울 시장과 조금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관광 시장보다 현지인들이 찾는 새벽 시장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물건의 신선도나 가격 면에서도 그렇고, 무엇보다 상인들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도다리를 1kg 구입했을 때 상인이 100g이라도 더 얹어주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수산 시장이 무조건 불친절하다는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시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특이한 수산물도 있었습니다. 코끼리조개는 수관(물과 먹이를 빨아들이는 관 형태의 기관)이 코끼리 코처럼 길쭉하게 뻗어있어 붙은 이름입니다. 왕우럭조개와 함께 최고급 패류로 분류되며, 살짝 데쳐 숙회로 먹으면 진한 단맛이 납니다. 수협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왕우럭조개는 국내 생산량이 제한적인 고급 품종으로, 유통 시 신선도 관리가 핵심입니다(출처: 수협중앙회). 시장에서 이런 걸 눈으로 직접 보는 것, 저는 그게 통영 시장 구경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꼭 사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시장 마무리로 콩잎장아찌와 꿀빵을 집어 드셨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시장에서 간식을 얻어먹거나 사 먹는 소소한 재미를 제일 좋아합니다. 통영 꿀빵은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오히려 계속 손이 간다고 하는데, 제 경험상 이런 '덜 달아서 더 맛있는' 간식이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통영에 간다면 관광지보다 시장을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새벽 위판장 투어부터 서울 시장 아침 구경, 시락국 한 그릇까지 이어지는 동선이 저는 어떤 유명 관광 코스보다 통영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산물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시장 특유의 활기, 상인들의 목소리, 어디선가 풍겨오는 간식 냄새.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여행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통영에 갈 때마다 시장에서 하루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추억이 거기 있으니까요.